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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건축의 공공·예술·기술적 가치를 구현하며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한 건축물을 발굴하는 서울시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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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우수상

서울여담재

경희대학교   |   천장환


역사적 장소성과 생활문화 공간의 접점

1983년에 지어졌다가 2003년부터 버려진 구 원각사 부지는 사찰의 특성상 주변과 단절되어 있고, 지어질 당시엔 남쪽에서 접근이 가능했으리라 추정되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엔 커다란 옹벽이 생겨 북쪽의 낙산로에서만 접근할 수 있다. 2012년 서울시에서 약 40억 원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였으나 그 후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년간 버려졌던 이 공간에선 비행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하였고,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긴 원각사가 지하의 일부분을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처에는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 선생의 생가 비우당과 단종의 비였던 정순왕후의 설화가 얽힌 거북바위, 자주동샘 등 역사•문화적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땅이다. 

원래는 종로구 구립 어린이 도서관으로 계획되었으나 협의 과정에서 계획이 틀어져 완공된 이후 약 1년 간 다시 한 번 버려지게 되었다. 건축가가 위원장이 되어 서울시 공무원, 전문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여 다양한 운영 방법을 모색하였으나 뚜렷한 해법이 없어 난항을 겪던 와중에 우연히 서울시에서 여성문화 복합공간을 조성하려는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차례의 협의 끝에 여성정책과에서 이곳을 운영하기로 결정되었다. 다행히 여성사 도서관이라는 공간조성 기획이 조선시대 여성의 역사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 특성과도 맞아떨어졌다. 프로그램도 여성사 연구, 교육, 행사를 위한 공간 및 여성사 책방과 어린이 도서관이 들어가는 등 원래의 공간구성을 거의 변화없이 그대로 수용할 수 있었다.

공원과의 사이에 놓인 거대한 옹벽을 철거하고 자연스럽게 원래의 지형을 회복하고 분절된 매스 사이의 틈을 통해 근린공원, 비우당, 대상지가 단절되지 않은 하나로 인식되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종교색이 짙은 기존 건물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이 상당하여 전체를 철거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었으나 기존 건물과 새로운 구조가 대비를 이루면서 전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의미 있다고 판단되어 기존 건물의 건축 요소 중 지붕과 목재기둥, 하부구조의 일부를 살리면서 기존 공간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진행했고 철거한 산신각의 기와는 내외부의 마감재로 재활용하였다. 

기존 건물의 남겨진 구조 사이로 유리박스를 끼워넣어 2층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1층은 여성사 책방으로 만들었다. 어린이 도서관의 슬래브 일부를 철거하고 상부의 유리박스와 하부의 남겨진 요사채 부분을 계단식 공간으로 연결하여 각종 강연 및 세미나, 구연동화, 공연 등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상부에서 이 계단을 감싸는 책장은 정순왕후의 설화에 나오는 ‘거북바위’를 모티브로 디자인하여 아이들이 책장 주변에 편하게 둘러앉아서 책을 읽고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나무와 콘크리트, 유리로 만들어진 세 개의 덩어리가 만드는 독특한 공간구성은 마치 자연발생된 도시의 조직인 듯 느껴지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근린공원의 숲이 보이며 건물 전체가 주변에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든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설계부터 4년여에 걸친 여정 끝에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가 간신히 첫발을 떼게 되었다. 앞으로 공간의 운영뿐만이 아니라 서울여담재에서 관리를 하게 되는 비우당 및 자주동샘의 활용, 예산부족과 원각사와의 갈등 때문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외부 공간, 근린공원과의 관계 설정 등 운영 주체, 지역 주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작이지만 이 공간이 여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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