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건축상 수상작
올해로 38회째를 맞이하는 ‘서울특별시 건축상’은 건축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서, 건축의 공공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를 구현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한 건축물을 매년 선정해오고 있으며, 올해는 ‘일반건축’, ‘녹색건축’, ‘건축명장’에 더하여 ‘2020 제12회 서울건축문화제’ 주제인 ‘틈새건축 부문’을 신설하여 4개 부문으로 접수받아 20작품이 수상되었다.

우수상  부암동 두집

본문

작품설명

·작품명: 부암동 두집
·설계자: 강우현
·설계사무소: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건축주: 강국현
·시공사: 건축주직영공사
·위치: (구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부암동 382-18
(신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9길 26-3(부암동)
·용도: 다가구주택
·대지면적: 389.87㎡
·건축면적: 191.9㎡
·연면적: 376.95㎡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작품소개]

부암동 두집은 한 가족이면서 두 가족이 사는, 교차와 분리가 공존하는 집이다. 이 집의 설계는 둘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십여 년 만에 함께 살기로 결심한 부모와 아들 부부가 지낼 집의 설계를 위해 처음 방문한 대지의 인상은 ‘높다’였다. 인왕산 중턱에 있어 전체적으로 고도가 높고 경사가 심하며, 대지 초입에는 5m 높이의 축대가 조성되어 있었다. 마을의 밀도가 높은 탓에 공사여건도 좋지 않고 지적과 현황도 맞지 않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그곳에서의 전망은 다른 모든 어려움을 잊게만들 정도로 근사했다. 축대 위에 서면 주변 마을의 풍경과 북악산, 북한산, 인왕산을 모두 볼 수 있었고 주택의 배치는 자연히 이 경치들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됐다. 또한, 두 가족 모두 처음으로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에 살게 되어 정원과 조망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은 상태였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화두가 남아 있었다. 이 집은 언뜻 보면 단독주택 같으나 두 가족이 함께 살아갈 집이라 서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완전히 분리된 듯한 인상을 주기는 싫은, ‘아주 애매한 경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먼저 대지에 가족이 나눠서 지낼 건물 두 채를 나란히 앉혀 보았다. 이러한 배치는 독립적인 주거영역을 확보하기에는 용이하나 정원을 나눠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외부공간을 분리해서 배치하자니 마치 두 개의 좁은 필지에 별개의 집이 지어진 듯한 모습이었고, 가족들은 함께 지낸다는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트인 정원을 공유하는 식으로 설계한다면 서로에게 무한한 관용과 배려를 강요하는, 이도저도 아닌
공간이 될 것이 자명했다. 이러한 대지 사용은 서울의 100평(약 330㎡)짜리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방식 같았다. 우리는 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 건물 안에서 두 세대를 수직적으로 분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1층 세대에는 지상 정원을, 2층 세대에는 근사한 전망
을 몰아주기로 한 것이다. 1층은 은퇴 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부모가, 2층은 손님 방문이 잦아 간단한 파티공간이 필요한 아들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나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으면서도 약간의 틈새는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1층 지붕이 2층의 야외 공간이 되는 기본적인 방식에서 출발하여 1층에 중정을 만들었는데, 이 비워진 공간은 가족들의 개별 영역을 구분하면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작은 틈이 됐다. 중정에 면하는 2층의 창은 바짝 다가가야만 아랫층에 있는 사람이 보이는 높이로 설치하여 1층과의 거리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창을 열어 놓으면 가까이 가지 않더라도 1층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 있는지 남몰래 알 수 있기도 하다.

부암동 두집의 중정형 배치는 채광과 환기에 용이한 평면을 가지면서, 외부와 다양하게 접하게 되어 단조롭지 않은 공간을 경험하게 해준다. 우리는 중정 안에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수공간, 정원 등을 만들었다. 가운데에는 큼지막하게 깬 돌로 채워진 수공간이 있는데 겨울에는 물이 없는 돌정원으로 변해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을 갖는다. 이 네모난 수공간을 통해 집 안으로 하늘이 반사되어 들어오기를 바랐고, 정원 한켠에 있는 40년 된 살구나무를 보존하여 이 땅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을 남기고자 했다. 넓지 않은 대지에서 그 큰 나무를 두고 작업을 진행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고, 햇볕이 뜨거운 8월에 이식하다가 혹여나 죽지 않을까 공사 내
내 노심초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를 찾은 살구나무는 현관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눈에 띄는 이 집의 상징이 됐다.

아들 부부가 사는 2층은 채광과 전망이 뛰어난 전면에 넓은 테라스와 옥상정원을 만들어 땅 위의 정원이 없는 아쉬움을 보상하고자 하였다. 이 공간은 서울 시내와삼면으로 이어진 산세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어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 1층의 깊은 처마이기도 한 2층 테라스는 불편할 수도 있는 서로의 시선을 가려주고, 전면에 사초과 식물을 가득 심어 바람 좋은 날 기분 좋은 흔들림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테라스가 시야를 넓게 트여 가족들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면, 천창은 따스한 빛을 실내로 들여온다.

부암동 두집에는 군데군데 천창이 설계됐는데 이 요소는 주거의 주 향인 동쪽으로부터 오는 채광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형태적으로 지붕 모양에 맞게 경사져 있는데,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깊숙이 빛을 끌어들인다. 계절별로 변하는 햇빛의 각도도 이 집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두 가족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한 집에 녹여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작업이었다. 그리고 부암동의 열악한 시공환경은 우리에게 오래된 구도시의 재생 작업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냉철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해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누구라도 4m 폭의 막다른 경사도로에서 콘크리트를 타설을 한 번만 해보더라도 왜 6m 이상의 도로가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오래되고 빛바랜 장소를 열심히 다듬고 가꿔서 그 빛을 되살려 주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인 듯 하다.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office@saf.kr
운영사무국 02-730-5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