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2005)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는 한국의 전통적 건축 정신을 기본개념으로 설정하여 설계된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의 건물계획은 산과 물, 다시 말해 남산과 거울못 사이에 있는 안전하고 평온한 성곽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된다. 성곽을 표현하기 위해 외벽을 연장시켰고, 이 덕에 천창을 통한 채광이 더욱 자연스럽게 실내로 들어온다. 성곽 모양의 외부는 박물관 안의 유물을 보호하고, 얕은 산세처럼 성토된 부지와 중앙의 거울못은 홍수 시 침수에 대비해 박물관을 보호한다. 이러한 건축적 요소들은 거대한 규모의 공간을 일련의 작은 단위로 경험하도록 장려하는 건축가의 의도이다. 또한 자칫 위압적일 수 있는 제도 공간의 권위에 대한 완곡한 제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립중앙박물관은 건축공간만으로도 우리의 역사를 회상케 하며 민족 심연의 정서를 잔잔히 일깨운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