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의 흐름, 시간 연결체
안동별궁이 위치한 이 땅은 궁의 동쪽 종친부와 더불어 안가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이 공간을 21세기 예술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삼아 도시의 단절된 시간과 골목길을 엮어 다소곳한 마당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의도된 질서보다는 땅에 축적된 역사의 시간을 엮는 것으로부터 얻어진 질서가 도시의 시간 연결체가 된다.
2. 지형의 복원
현재 운동장은 윤보선길의 레벨에서 학교 레벨에 맞추어 아트플랫폼을 만들고 화강석을 깔아, 광장으로 사용한다. 마치 종묘 정전의 월대처럼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밤에는 별을 보는 곳이다. 은행나무 동산은 원지형을 회복하며 서서히 감고당길로 경사를 지어 내려오는 곳이면서 계단과 자연이 어우러진 화계를 만들어 뒷동산을 회복시킨다.
3. 도시의 고고학: 재생의 원리
감고당길에서 내려오다 만나는 사고석담 모서리의 모습은 보존하고, 은행나무 남쪽의 석축은 그대로 유지하며, 가파른 계단을 감고당길로 완만하게 펼쳐 화계로 만들어 지형을 회복한다. 땅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은 고고학적으로 재발견되며 도시를 재생하는 원리가 되었다.
4. 도시의 바닥과 가변적인 집
도시의 바닥은 평평한 판으로서 서로가 동등하게 서서 교감하며 교류하는 곳이다. 아트플랫폼이라는 새롭게 형성된 너른 바닥을 맞잡고 있는 아트리움은 공간의 가변성이 극대화된 곳이다. 1층의 공간은 비어 있다가 박물관이 끝난 저녁이나 주말에 공예 시연, 강연회, 토론회, 또는 메이커즈 페어(maker’s fair) 등이 가능한 불확정적인 공간성으로 충만해진다.
5. 아트리움
아트리움은 씽크탱크 플랫폼이다. 작가들이 이 공간에 와서 감명받고 작품 모티브를 얻으며, 관람자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는 곳이다. 저녁에는 늦게까지 오픈되어 작가와 시민이 만나고 공감하고 토론하고 공예품 생산에서 판매까지의 네트워크를 브레인스토밍하는 장소로 이용될 것이다.
6. 전시와 플랫폼
기증공예, 현대, 역사, 지역 공예 전시 등이 이루어지며, 지역공예관에는 세미나, 교육실, 도서관 등이 운영된다.
[Craft Ground]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 네트워크를 컨셉으로 하여 과한 디자인보다는 비움을 채우는 \'공유 플랫폼\'을 건축물의 내외부에 제안하였다. 핵심이 되는 두 가지 디자인적 요소는 지형의 복원(Redemption of Topography)과 씽크탱크 플랫폼(아트리움)이다. 기존의 넓은 학교 운동장 영역 중 일부는 화강석을 깔아, 종묘 정전의 월대를 연상케 하는 공간을 만들어 전통적 땅의 모습을 복원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광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별궁의 돌담은 그 변형을 최소화하되, 대지 내 은행나무 동산과 아트플랫폼을 방문객들에게 열어줌으로써 끊겼던 도시의 흐름을 이어냈다. 신축 건축물인 아트리움 또한 공간의 이용 방식을 설계자가 한정 짓는 것이 아닌, 공예박물관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만을 제안하였다. 낮에는 전시장과 연결되어 이용되고, 저녁에는 늦게까지 오픈되어 시민들과 작가가 만나 공감하고 토론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