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베이스캠프
서울특별시 산악문화체험센터는 14좌 등반과 3극점의 업적을 달성하고,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을 기리며 계획되었다. 건축은 고인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우리는 산악인들의 플랫폼이자 청소년들의 산악체험 시설이라는 용도를 통해 고인의 철학과 도전정신을 은유적으로 담고자 했다.
난지도와 도시공원
사이트는 상암동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 골짜기에 해당한다. 이 공원은 난지도라고 불렸던 인공의 쓰레기 산이다. 미래 세대는 자원 회수와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이 공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시계획 시설이다. 박영석 산악체험센터는 이 공원에 자원회수 시설이 아닌 일반 공공건축물로는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지구환경 재생의 패러다임을 담은 이 공원 안에 최초의 공공시설인 청소년들과 산악인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는 것이다.
다의적 형상
이 미모리얼 건축은 상징적 형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납작한 인공산 사이에 거대한 바위의 형상으로 계획하였다. 이 형상은 은유적 스케일에 따라 축소된 안나푸르나이기도 하고, 텐트의 확대이기도 하다. 혹은 이 형상은 산악인에게는 산에서 희생된 분들의 추모비이고, 아이들에게는 단지 재미있고 신기해 보이는 놀이터이다. 이렇듯 다의적인 의미를 하나의 건축 형상에 담았다.
닫힘-콘크리트의 통시성/ 열림-프로그램의 공시성
전면은 수직과 수평에서 벗어난 콘크리트 덩어리이지만, 후면 주차 광장 방향으로는 열려있다. 부정형의 형상은 상징적 의미 외에도 건물의 내외부 볼더링 암장을 연결하고, 외벽을 암벽처럼 체험하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인공의 도시공원과 함께 인공바위 같은 건축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연으로 돌아가길 희망했다. 얀 켐페나르스(Jan Kempenaers)의 『기념비(Spomenik)』(2010) 사진에서 보이는 거대한 콘크리트 조형의 오염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외벽은 OSB 합판을 거푸집으로 사용한 경사진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건축 외관은 오염을 방지하는 디테일을 만드는 일반적인 건축의 외관과 다르게, 경사진 외관과 OSB 특유의 문양은 세월의 에이징에 따라 더욱 부각될 것을 의도하였다.
내부 공간은 작은 용도들을 열어주고 연결하여, 결과적으로 연속된 큰 공간들의 배열로 구성하였다. 외부 암장은 내부 암장으로 연속되며, 각 체험 공간과 전시, 그리고 휴게공간도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융합된다. 지하층에서 옥상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진 건축적 산책로는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며, 각 벽 사이의 공간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은 내부 공간을 밝음과 어두움으로 대비시킴과 동시에 공간을 연결한다. 내부의 주요 벽체로 사용한 OSB합판은 내 · 외부 패턴을 연속시키면서 외부와 다른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가장 대표적인 빛은, 어두움을 기본으로 하는 히말라야 고산의 크레바스처럼 찢어진 천장이 만드는 빛으로 박 대장을 기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