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
역사적으로 점염병은 인류에게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였다. 그 순간은 고통을 안겨 주었지만 극복 과정에서 얻어진 진보는 높은 밀도의 건강한 도시를 이루는 배경이 되었다. COVID19 팬데믹은 여전히 미래라고 생각하던 환경문제를 우리 눈앞에 데려다 놓고, 선택해야 할 방향을 투시경처럼 앞서 보여준다. 거리를 두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도시공원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서울숲은 경마장이었던 땅을 많은 개발 압력에도 불구하고, 도시 생태공원으로 전환한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뉴 노멀 시대, 서울숲 공공미술 프로젝트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은 도시공원 속 시설물이 어떠하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물리적 해답이다.
생태적 매트릭스 공간 Ecological Matrix Space
생태적 매트릭스 공간은 환경미학적 관점에서 현대도시의 물리적, 정신적 맥락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제안한다. 매트릭스 Matrix 는 ‘수학적인 배열, 사회적인 의미의 모체, 기반, 그리고 프로그램의 발달과 끝을 수용하는 틀’로써의 의미를 가지며 장소, 프로그램, 물질, 시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구현된다.
관계를 이어주는 느슨한 질서
대지의 조건을 존중하며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단순한 직사각형의 범위를 정한다. 이 직사각형은 구조물의 지붕을 구성하는 1m간격으로 평행하게 배치된 사각 쉘구조의 장선이 배열된다. 하부 공간의 성격에 따라 지붕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단순하고 느슨한 질서의 기하학적 인 지붕은 자연과 교류하며, 다양한 활용에 열려있다.
목재, 다공성 구조 시스템
다공성 세포의 다발로 구성된 목재는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 이러한 목재의 특성을 확장한 다공성 구조시스템은 철근콘크리트가 이루어온 20세기 볼륨의 시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건조 방법으로 제안한다. 산업 생산물의 외피가 ‘강함의 속성’으로 이루어졌었다면 목재가 이루는 외피는 마치 나무껍질처럼 ‘약함의 속성’이 서로 협력해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식이다. 나무는 여러 겹의 약한 표면이 내부를 보호하고, 동시에 작은 생명들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부분과 전체 ; 재료와 컴포넌트
빨대 다발이 결합된 벌집 구조로 이루어진 목재 세포의 원리는 그물구조의 구성 요소 Component, 단위 Unit, 야외공연장의 무대 주변 공간을 아우르는 시설의 형태 Form 원리로 확장된다. ‘숨쉬는 그물’을 위한 작업 방법은 부분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또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재료와 디테일은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가져온다. 목재 세포의 구성원리를 확장해 제안하는 다공성 구조물은 38mm 구조재를 결합한 227×208mm 컴포넌트가 기본 단위를 이룬다. 비워진 셀의 공극을 이용해 구조적 보강이나, 흡음, 단열 등이 채워져 다양한 기능으로 변주 될 수 있다. 이 다공성의 원리는 부분에서 시작해 구조체 전체를 구성하는 원리가 된다.
아름다운 반향 Echo 을 만들어내는 생태적인 나무 그물망
탄소를 저감하는 재료적 특성과 더불어 우리가 제안하는 생태적인 다공성 나무 그물망은 서울숲을 넘어 보편적 도시건축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실험이다. 서울시는 탄소 중립 도시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목구조 다층·대공간 건축을 건립하는 도시목조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숲 공공미술 프로젝트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은 탄소 중립을 위한 서울시 정책에서 작지만, 선도적인 위상을 갖는다.